나라가 잘되길 기원하는 염원을 담은 호국 불교의 성지 흥국사

문화재

경서판각본(經書板刻本)

조선 중기 불교 경전 및 의식문 등을 다량으로 인쇄하기 위해 제작된 목재 경판 일체

분 류 종교/불교,문화유산/유형 유산
시대 조선/조선
종목 유물/유물(일반)
소 재 지 전남 여수시 흥국사길 160
불교는 삼국시대에 처음 들어온 이래 설법과 간경(刊經)으로 전파되었다. 설법은 승려가 직접 불법을 강설하는 것이며, 간경은 불법의 가르침을 책으로 간행하는 것이다.
초기의 간경은 사람이 직접 붓으로 썼다. 짧게는 수십자에서 길게는 수십만자의 불경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쓴다는 것은 신앙심을 떠나 포교 방법으로서 비효율적이었다. 이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목판에 경전을 새겨 종이에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법인 목판인쇄술이다. 현재 세계 최고(最古)의 인쇄물로 공인된 것은 8세기 중엽 신라에서 제작된 국보 제126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다.
이 시기를 전후해서 신라 말기부터 우리나라의 인쇄술은 사찰을 중심으로 눈에 띄게 발달하였다. 이후 불교가 고려의 국가적인 종교로 성장하면서 인쇄술은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사찰판본을 조성한 1차적인 동기는 불전에 대한 공양에 있었다. 부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을 주위에 보급하는 일, 곧 법포시(法布施)의 공덕은 경전 곳곳에서 강조되었다. 고려의 귀족들은 간경 불사에 앞을 다투어 동참하였다. 간경 불사는 다시 주위에 널리 보급됨으로써 사찰과 귀족 모두의 목적을 충족시켜주었다.
그러나 잦은 전란으로 인해 판본은 대부분 소실되었으며, 탑이나 불상의 몸통 안에 봉안된 일부 판본만이 전한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007년(고려 목종 10) 개성 총지사(摠持寺)에서 간행된 『일체여래심비밀전신사리보협인다라니경( 一切如來心秘密全身舍利寶篋印陀羅尼經)』이다. 억불숭유를 이념으로 한 조선시대에도 불서의 간행은 여전히 활발하였다. 그러나 불교경판은 대부분 고려시대의 목판을 그대로 재현한 복각이거나 다소 변형시킨 번각(飜刻)이었다.
다만, 국왕이나 왕실 혹은 권문세가가 시주가 되어 간행한 불교경판은 독자적으로 판하본(板下本)을 제작하여 조각한 것이었다.
당시 규모가 있는 사찰은 각수(刻手)와 지공(紙工) 등의 인력이 풍부하였다. 신라시대 이래 축적된 인쇄술과 함께 이에 필요한 먹·종이·목판 등의 기자재가 주변에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목판 인쇄를 위한 제반 여건이 고루 갖춰져 있었다. 목판 인쇄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불법을 보시한다는 신앙적 목적에서 새김에서부터 장정까지 전과정에 혼신을 다하였다. 그 결과, 사찰판본은 관(官)·사가(私家)·서원 등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 한국 인쇄문화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조선시대 사찰본 가운데 연대와 장소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상당하다. 문화재청에서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진행한 ‘전국 사찰 문화재 일제조사’의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사업을 통해 전국 3417개 사찰이 소장한 16만 3367점의 문화재에 대한 현황조사와 목록화를 완료했다.
이 가운데 108건의 불교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했다. 이후 ‘2015년도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 사업’을 수행하고 성과를 담은 보고서 「한국의 사찰문화재–2015년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를 발간하였다. 2015년 시행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밀양‧함양‧합천) 소재 6개 사찰 소장 목판 5,505점에 대한 조사자료와 순천 송광사, 구례 화엄사, 해남 대흥사에 소장된 중요 목판 21종 615판(총 4,401장)에 대한 인출(印出, 목판 등에 새겨진 글씨 등을 찍어냄)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 조사를 통해 27점의 목판이 새롭게 확인되었다. 목판의 마구리 결손 등의 이유로 다른 목판으로 파악되었던 오류를 수정하는 등 총 14종 1,070점의 정보를 바로잡았다. 아울러 충해(蟲害) 등으로 손상된 목판의 경우 별도의 공간에 격리 수납조치 시키는 등 목판 보존관리 대책도 마련하였다. 여수 흥국사는 2017년 수장고를 신축하였다. 현재는 그동안 의승수군유물전시관에 보관중이던 목판및 비·전시 유물은 수장고로 이관하여 보관하고 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